1. 변화하는 질서
근대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전의 유럽 사회는 봉건 제도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왕이나 소수의 귀족, 교회 등이 국토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농노나 소작농은 땅에 묶여 농사를 짓고 생산물의 대부분을 영주에게 바치는 경제 구조였습니다. 땅의 소유가 곧 신분과 권력, 부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세 후기부터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도시가 성장하고 상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는 상인 계층이 등장했으며 십자군 전쟁이나 새로운 항로 개척 등을 통해 지역 간, 국가 간 교역이 늘어나면서 화폐 경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부를 측정하는 기준이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상업의 힘이 강해지면서 봉건 영주의 권위가 약해지고 기존 질서의 해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땅에 기반한 자급자족 경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으며 농업의 생산성은 낮았습니다. 사회의 부는 여전히 땅을 중심으로 분배되었고 대다수 인구는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 산업혁명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으며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술 몇 가지가 발명된 사건을 넘어 생산 방식과 사회 구조등 사람들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꾼 혁명이었습니다.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계의 발명과 증기기관등 동력원의 개발이었습니다.
1) 방적기와 역직기
과거에는 실을 뽑거나 옷감을 짜는 일이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수력 방적기, 역직기 같은 기계가 발명되면서 한 사람이 수십, 수백 개의 실을 동시에 뽑거나 옷감을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짤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증기기관
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증기기관은 기계에 동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이전에는 물의 힘(수력)이나 동물의 힘에 의존했지만 증기기관은 석탄만 있으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강력한 동력을 얻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는 공장이 강가에 있을 필요 없이 도시나 탄광 근처에도 세워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증기기관의 힘으로 수많은 물레와 베틀을 동시에 돌리는 거대한 기계가 등장했으며 이러한 기계를 설치하고 돌리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과 많은 기계 그리고 동력을 위한 에너지원이 필요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공장'이라는 새로운 생산 공간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공장에서는 거대한 기계를 이용하여 노동자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대량으로 상품을 생산해 냈습니다. 손으로 하나씩 만들던 시대와는 생산성에서 차원이 달랐으며 옷감뿐만 아니라 철강, 석탄 채굴, 기계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공장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산업혁명은 땅 위에서 햇볕과 물에 의존하던 농업 생산의 한계를 넘어 기계의 힘으로 생산력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3. 자본주의의 형성
산업혁명의 시대적 흐름에서 '무엇을' 생산하고, 그것을 '어떻게' 생산해야 하는지 많은 시도와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많은 자본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그것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그들은 산업화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부유한 계층으로 '자본가'라 칭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산업으로 인해 기존과 다른 경제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여러 이론들 중에서도 다음과 같은 핵심 원리를 기반으로 현대에도 중요하게 적용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형성 되었으며 당시에는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초기 자본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1)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공장, 기계, 설비 등 생산에 필요한 수단을 개인이나 사적 기업이 소유하는 것입니다. 근대 이전에는 땅이라는 생산 수단을 영주나 소수의 지배 계층이 사적으로 소유했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생산 수단인 '자본'을 개인이 자유롭게 소유하고 축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이윤 추구 동기
자본주의 경제 활동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이윤 추구입니다. 자본가는 자신이 소유한 자본을 투자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이윤을 얻으려 합니다. 이 이윤이 자본가 부의 원천이자 자본을 다시 투자하여 사업을 확장시키는 기반이 됩니다.
3) 시장
자본주의에서 상품의 생산량, 가격, 그리고 분배는 국가의 통제나 전통적인 관습보다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참여자 간의 경쟁에 의해 결정됩니다. 자본가는 시장의 수요와 가격에 따라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지 결정하고, 다른 자본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을 혁신합니다.
4) 임금 노동
봉건 제도가 해체되면서 땅에 묶여 있던 농노들은 자유로운 신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산 수단(땅이나 공장)이 없었던 이들은 생계를 위해 자신의 유일한 자산인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판매해야 했습니다. 자본가는 노동력을 구매하여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했고 그 대가로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했습니다. 임금은 노동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4. 새로운 시대 부자: 자본가
산업화의 등장은 생산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과거에는 농사를 지을 '땅'이나 물건을 만들 '기술과 도구'가 생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산업화 시스템에서는 생산의 핵심이 바로 '자본'이 되었습니다.
공장 건물을 짓고, 비싼 기계를 들여오고,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하며, 공장에서 일할 수많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돈', 즉 자본금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동력이 풍부해도 이러한 자본이 없으면 새로운 생산 시스템에 참여하거나 운영할 수 없었습니다.
공장, 기계, 원자재, 노동력 등 생산 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생산 수단이 바로 '자본'이었고, 근대 경제에서 부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이제 '땅'이 아니라 자본을 마련하고 운용하는 것이 능력이 되었습니다.
부의 중심축이 '농경지의 규모'에서 '산업 자본의 규모'로 이동한 것입니다.
이러한 산업혁명의 기술적 변화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원리가 결합되면서 '자본가'라는 새로운 형태의 부자가 탄생했습니다.
자본가는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을 넘어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새로운 생산 수단 중 하나인 '공장'을 소유할 수 있었으며 이것을 기반으로 기계와 함께 생산을 위한 노동자를 고용하여 생산 활동을 운영하고 상품을 만들어내며 그것을 시장에 판매하고 이윤을 창출하여 그 이윤을 다시 투자하여 자본을 증식시키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바뀐 생산 구조의 정점에 서서 새로운 시대를 움직이는 경제 주체로 부상했습니다.
6. 마무리
위의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부자'의 개념이 근대에는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동안 부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자원인 '땅'과 직결되어 있었습니다. 농사가 생존의 전부였던 시절 끝없이 펼쳐진 비옥한 땅을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느냐가 곧 그 사람의 부와 권력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결정했습니다. 땅 주인은 땅에서 나오는 생산물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이는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정적인 형태의 부였습니다. '땅 부자'는 근대 이전 시대를 대표하는 부자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부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손 대신 기계를 사용하고 논과 밭 대신 공장이라는 공간에서 생산을 이루어 냈습니다.
이는 부가 생산되는 근본적인 원천이 '땅'에서 '자본'(공장, 기계, 기술,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돈)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했습니다.
더 이상 땅 크기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자본을 투자하여 공장이라는 새로운 생산 기반에서 생산물을 만들어 내느냐가 부를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이야말로 근대 시대 '부의 이동'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생산 수단 즉 자본을 소유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부자 계층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들을 자본가라고 불렀고 이들의 부는 공장을 소유하거나 새로운 기계에 투자하고, 철도와 같은 산업 기반을 만드는 등 기존의 땅과는 다른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자산에서 나왔습니다. 따라서 근대의 부자는 단순히 땅 주인만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으며 다양한 형태의 공장 및 사업체를 소유한 자산가들이 새로운 시대의 부자로 인식되었습니다.
결국 부의 본질은 생산을 할 수 있는 '무엇'을 소유하고 것을 통해 이익을 얻느냐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일반인들 또한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무엇'을 소유하려 노력한다면 안정적인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